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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도, 덮밥도 아닌 ‘포케’입니다

밥 위에 잔뜩 올린 야채와 해초류, 그 위에 큼직하게 썰어 얹은 참치 혹은 연어회. 간장을 베이스로 한 소스로 슥슥 비벼 먹는 이 푸짐한 한 그릇. 보기만 해도 싱싱한 건강미가 느껴지는 데다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든든함까지 갖춘 이 음식의 정체는 샐러드인가 회덮밥인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상적 식사 메뉴로 자리 잡은 이 음식은 ‘포케’(Poke)다. 요즘 웬만한 샐러드 전문점에서 ‘포케’라는 이름이 붙은 메뉴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아예 포케 전문점을 표방한 프랜차이즈 매장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알로하 포케, 포케올데이, 하와이안 보울, 슬로우 칼리 등은 포케 전문점으로 알려진 곳이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샐러드 전문점 크리스피 프레시(동원홈푸드), 피그 인 더 가든(SPC)을 비롯해 샤부샤부 전문 브랜드 채선당의 도시락&샐러드 매장에서도 포케를 만날 수 있다. 알로하 포케의 참치 포케 세트 알로하 포케의 참치 포케 세트 언뜻 샐러드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포케. 일반적으로 샐러드는 20~30대 여성들이 주로 애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포케 매장에 오는 고객 중에는 20~30대 남성들도 꽤 많이 눈에 띈다. 샐러드에 생선회와 밥을 혼합한 포케는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포만감을 주는 식사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 강남 학동역 근처의 포케 전문점에서 만난 30대 남성 직장인은 “업무 때문에 불규칙하게 ‘혼밥’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포케가 적절한 대안이 된다”면서 “포만감도 있는 데다 건강한 메뉴로 내 몸을 챙긴다는 만족감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0대 초반의 헬스트레이너 노준석씨는 “운동하는 사람들에게도 포케는 선호도가 높은 메뉴”라며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균형 있게 갖춰진 식단인 데다 다양한 맛도 즐길 수 있고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해 2년 전부터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먹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요즘 트렌드와도 포케는 들어맞는다. 한 그릇에 소담하고 보기 좋은 모습으로 담겨 나와 ‘비주얼’도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 매 끼니 메뉴를 올리는 대학생 이윤진씨는 “친구들과 사진을 공유하면서 색다른 재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요리법이 어렵지 않아 집에서 만들어보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포케는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게 됐을까. ‘포케’(Poke)는 조각으로 자르다는 뜻의 하와이 단어다. 하와이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 어부들이 갓 잡은 생선(주로 참치)을 소금과 해초 따위로 양념해 먹던 것이 포케의 시작이었다. 날생선과 고유의 양념을 조합한 간단한 음식은 이후 일본을 비롯해 중국, 한국 등 아시아권 사람들의 이주가 늘어나면서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아시아권 이주민들의 입맛에 맞게 간장이나 참기름 등이 핵심 소스로 자리 잡게 됐고 밥이 더해지면서 현재와 같은 형태로 변모한 것이다. 생선 위에 일본식 풋콩(에다마메)이나 아보카도를 토핑으로 얹기도 했고 밥 대신 다른 곡물을 사용해 든든함을 더하기도 했다. 주로 사용했던 생선은 참치로, 아히 소유(참치 간장)포케가 주류를 이뤘다. 참치와 간장양념, 밥을 함께 먹는 포케는 하와이 주민들, 그리고 서핑을 즐기던 서퍼들이 주로 먹었다. 하와이에선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었지만 이 같은 전통 포케가 미국 본토로 퍼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와이나 태평양 섬 출신 주민들이 많이 살던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서 포케를 파는 곳이 있긴 했지만 대중의 시선을 크게 끌지는 못했다. 미국 본토에 포케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하와이 관광객이 급증하고 건강식에 관한 관심과 함께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LA를 비롯해 시카고, 뉴욕, 라스베이거스, 피닉스 등 미국 전역으로 포케 전문점이 확산됐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류 언론들도 포케 열풍에 대한 기사를 잇따라 다뤘다. 위치를 기반으로 관광지, 맛집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의 사회관계망 서비스 포스퀘어(foursquare)에 따르면 2014년 미국 전역에 342개였던 하와이안 레스토랑(포케 전문점 포함)은 2016년 8월에 700개로 증가했다. 특히 애리조나와 유타주에서 많이 늘었는데 이 지역은 하와이 출신 주민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라는 것이 음식 전문 웹 매거진 ‘이터’(eater)의 분석이었다. 2016년 ‘포케볼’(poke bowl)이라는 단어의 구글 검색 비율도 전년에 비해 355%나 증가했다. 하와이 현지에서 즐겨 먹는 포케. 하와이 관광청 제공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포케에 매혹된’ 도시는 꾸준히 늘어났다. 런던, 시드니, 토론토,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호주, 남미 등으로 퍼져갔으며, 오랫동안 유럽에서 사랑받았던 해산물 요리 스시나 세비체의 인기를 추월했다는 평가도 나올 정도다. 스페인의 프레시포케, 프랑스의 포케바, 이탈리아의 케포 포케 등은 유럽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포케 전문점 브랜드다. 간편하고 경제적인 건강식, 인스타그램에 잘 어울린다는 점은 유럽에서도 공통적으로 꼽히는 포케 열풍의 이유다. 스위스 로잔호텔학교의 수석 셰프 알프레드 주베르뷔엘러는 창업자 입장에서 포케가 매력적인 아이템이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포케는 오븐이나 그릴 대신 냉장고와 밥솥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초기 비용이 적게 들고, 최소한의 가공과 요리로 다양한 풍미를 쉽게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와이 전통 포케는 참치가 주류를 이뤘지만 해외로 퍼진 포케는 연어나 문어를 비롯해 참돔, 새우, 염장대구 등 다양한 해산물과 닭가슴살 같은 육류까지도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두부나 팔라펠을 메인으로 활용한 포케도 있다. 각 지역의 특산물을 토핑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많다. 해외에서 변주된 포케가 다시 하와이로 들어가 현지의 메뉴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도 최근의 추세다. 또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이미지의 포케가 특급 호텔에서 파인 다이닝의 형태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아무리 다양하게 변주되더라도 본질은 ‘싱싱한 생선’이다. 포시즌스 오아후의 수석 셰프 마이클 아르노는 “신선한 생선을 간단한 재료를 사용해 가장 순수한 형태로 즐기는 것이 포케의 핵심이자 정체성”이라면서 “매일 오아후 인근 해안 10마일 이내에서 잡은 신선한 생선을 고객의 식탁에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포케 전문점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2, 3년 전부터다. 포케 전문점 알로하포케는 일찌감치 2016년 문을 열었다. 당시 샐러드 전문점 창업을 고민하던 김지후 대표는 하와이에서 포케를 먹는 서퍼들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고 한다. 그는 “남녀노소에 안착할 수 있는 한 끼 식사로서의 가능성을 봤고 결과적으로 건강식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대부터 40대 중후반의 남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들이 찾는다”면서 “특히 주 3회 이상 이용하는 충성 고객은 남성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피 프레시를 운영하는 동원홈푸드는 “2020년 5월 론칭한 뒤 현재 13개 매장으로 늘었으며 인기에 힘입어 올해 10곳 이상 추가로 문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하와이 관광청은 지난해부터 포케 쿠킹 클래스와 하와이 미식 캠페인 ‘오노 하와이’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끈 김세경 셰프는 “신선한 재료만 있으면 비교적 간단하고 손쉽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어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았다”면서 “하와이 원주민이 즐기던 원형적 포케가 이주민들의 취향에 따라 진화한 뒤 다시 세계 각지에서 현지화되는 모습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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