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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패권 시대

‘미쉐린가이드 뉴욕’에서 별을 한 개 이상 받은 식당은 72곳이다. 한식당 9곳, 프랑스 식당 7곳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음식이 ‘프렌치’ 요리의 패권을 끝냈다”고 했다. 전 세계적 현상이다. 뉴욕의 고급 식당 꽃(Cote), 샌프란시스코의 쌀(Ssal), 베를린의 고추가루(Kochu Karu), 벨기에의 마루(Maru)...며칠 전 레스토랑 ‘쌀’에서 식사했다는 20대 여성은 “두 명이 코스 주문하고, 와인 한 병 먹었더니 1000달러가 넘게 나왔다”고 했다. ▶1982년 개봉한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2019년이 배경이다. 일본 브랜드와 일식당이 가득한 로스앤젤레스를 그렸는데, 당시에는 ‘기발한 상상력’이라 평가받았다. 촬영 장소를 섭외하는 ‘로케이션 매니저’들은 2, 3년 후 가장 인기 있을 장소를 섭외하는 게 능력이다. 3, 4년 전부터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에 한식당이 슬쩍 슬쩍 지나갔다. 한인 타운의 토속적 한식당은 물론 ‘정식’ ‘꽃’ 같은 고급 한식당의 매력을 눈 밝은 사람들은 몇 년 전부터 알아챘다. 미국 뉴욕에 이어 마이애미에서 고급 레스토랑의 성공담을 쓰고 있는 레스토랑 '꽃(Cote)'. 미국 뉴욕에 이어 마이애미에서 고급 레스토랑의 성공담을 쓰고 있는 레스토랑 '꽃(Cote)'.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8억원을 들여 ‘떡볶이 R&D센터’를 열고 ‘떡볶이 세계화’를 선언했다. ‘떡볶이 대학은 안 만드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절대 못 한다. 떡의 끈적한 식감을 외국인은 혐오한다. 한식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BTS가 떡볶이를 먹는 영상을 올리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 3월 NBC뉴스는 ‘떡볶이(Tteokbokki)가 미국 시장을 점령했다’고 썼다. MB가 헛짚은 게 아니었다. ▶냉동 김밥까지 가세했다. 올 9월 중순까지 쌀가공식품 수출액이 1억4500만달러로 전년비 두 자리 상승세다. 경북 구미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230g짜리 냉동 김밥은 3.99달러짜리 초도물량 250t이 미국에서 순식간에 매진됐다. 요즘 공장을 풀가동 중이다. 채식주의자들이 열광하며 “10점 만점에 15점”이라고 극찬한다. ▶2013년 타이거 우즈와 경쟁하던 스페인 골퍼가 “내가 마스터즈에서 우승하면 우즈에게 치킨을 대접하겠다”고 말했다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욕을 먹었다. 치킨이 ‘노예제’를 상징하는 음식이라는 걸 몰랐던 탓이다. 솔 푸드란 말처럼, 음식은 집단의 마음과 연결된다. ‘혀로 느끼는 정체성’이다. “마늘 냄새 난다”고 타박받던 한국인이 세계에서 음식 성공담을 연일 만들어내고 있다. 70년 전, 미군 부대 뒷구멍으로 나온 재료로 부대찌개를 끓여 먹던 그 민족이 쓰고 있는 음식 신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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