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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정말 최고의 건강식일까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발암물질 등 ‘불편한 진실’ 소비자는 잘 몰라… 사골국물ㆍ삼계탕 등 보양식에 대한 과신ㆍ편견도 심해 3년 전, <주간경향>은 우리의 식탁을 구성하는 밥과 반찬의 기원에 대한 특집기사를 냈다. 우리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밥맛은 불과 2~3세대 앞서 조상들이 먹었던 밥과 다르다. 대표적인 외식 먹거리인 감자탕이나 삼겹살을 구워 먹는 문화가 만들어진 것도 채 반세기가 되지 않았다. 건강식이라고 칭찬하고 있는 ‘한식’문화도 고나트륨과 반찬의 공유가 원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만연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염과 소화성 궤양의 원인균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식의 ‘불편한 진실’은 그 후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이 한식의 불편한 진실을 다룬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서울여대 식품영양학과 초빙교수를 역임한 이미숙 박사(식생활 클리닉 ‘건강한 식탁’ 원장)가 지난 12월 출간한 <한식의 배신>이다. 이제는 거의 상식처럼 이야기되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한식”, “한식은 건강식이며 장수식”과 같은 ‘한식 예찬론’에 도전장을 내민 책이다. 한식은 과연 건강식이고 우수한 것인가. <한식의 배신>을 펴낸 이미숙 박사는 이제는 한식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한다. ※ 사진은 기사 본문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 경향자료 사진 한식은 과연 건강식이고 우수한 것인가. <한식의 배신>을 펴낸 이미숙 박사는 이제는 한식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한다. ※ 사진은 기사 본문의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 경향자료 사진 이 박사는 된장과 같은 발효음식의 항암효과, 김치의 정장효과 같은 긍정성을 넘어선 현실적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발효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우리 몸에 이로운 균뿐만 아니라 다른 잡균도 들어가는데,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바이오제닉아민은 대표적인 발암물질이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의 유해물질 목록에도 수록되어 있다. 문제는 재래식 된장이나 젓갈 등에서 이 물질이 생성된다는 점이다. close 이미숙 박사 <한식의 배신>서 지적 발효음식의 바이오제닉아민 문제가 학계에 알려진 것은 이미 오래됐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알 기회가 별로 없다. “정보를 전달받을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TV나 미디어에서 객관적인 진실을 내보내기보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라는 기획의도와 맞지 않는 것은 다 차단하기 때문이었다.” 이 박사의 말이다. 이 박사의 책에는 그동안 상식처럼 잘못 알려진 한식에 대한 편견과 그 진실이 나열되어 있다. 단적으로, 푹 삶은 사골국물은 보양식일까. 이 박사에 따르면 24시간 푹 삶은 사골국의 칼슘 함량은 우유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국 없이는 밥을 못먹는다”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이 한국인의 식습관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나트륨 과다섭취의 원인이 된다. 여름철 보양식인 삼계탕도 마찬가지다. 국물도 염분농도가 높을 뿐 아니라, 반찬으로는 겉절이나 깍두기가 제짝처럼 취급되지만 고혈압 환자에게는 최악의 조합이라는 것이 이 박사의 주장이다. 사실 “지금 우리가 먹는 식단과 조상이 먹던 식단이 달랐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결론이 “조상이 먹던 식단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되물어봐야 한다. “조상은 그 음식을 먹은 결과 실제로 장수했고 건강했었는가”라고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이 자료는 없지만 과거에 없었던 질병은 아니다. 미국의 동양사학자 W E 그리피스의 저서 <은자의 나라 한국>에는 지금은 보기 힘든 한국사람들의 식습관이 나와 있다. 강둑에 늘어선 사람들이 허리에 고추장으로 추정되는 단지를 차고 낚시를 하면서 날것으로 바로 먹는다는 풍경 묘사다. 계속되는 이 박사의 말. “선조들의 식생활을 본받자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러면 안 된다. 서민의 식생활은 너무 못먹어서 ‘음식’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밥과 채소절임을 위주로 하는 식사였는데,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채소를 오랫동안 먹기 위해 소금에 절였고, 지금보다 훨씬 더 짰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조상들이 먹었던 것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정확하게 누구의 밥상으로 돌아가자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대보름에 부럼으로 견과류를 먹는 것은 부스럼을 다스리기 위한 것이다. 당시 사람들이 먹던 것에 얼마나 기름이 부족했으면 그런 절기풍습이 만들어졌겠는가.” “모든 음식에 장단점, 한식 우수성 증명돼” 이 박사는 “책을 내게 된 취지가 무조건 한식을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건강하게 먹자는 것”이라며 “한식은 좋은 것이라는 생각과 배치되는 사실이 있다고 무조건 쉬쉬할 것이 아니라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같이 내놓고 이야기해보자는 것이 취지”라고 말했다. 궁금했다. 이 박사의 주장에 대해 다른 한식 전문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주간경향>이 접촉한 학자들은 “이 박사가 낸 책을 아직 읽지 못했다”는 것을 전제로 의견을 밝혔다. “어느 나라든지 짠 음식은 있다. 북유럽의 청어조림이나 일본의 쯔게모노도 대표적인 발효음식이다. 한식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한식은 채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건강하다. 한 상에 한꺼번에 많은 양의 반찬을 차려 먹는 공간전개형 식탁을 문제 삼을 수 있지만, 골라먹을 수 있다는 측면이나 발효식품의 긍정적인 점도 많이 거론되고 있지 않나. 한식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평가해 한다.”(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모든 식품에 ‘제로리스크’라는 것은 없다. 발효 연구분야에서 바이오제닉아민 저감방안에 대해 연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논쟁 중인 사안이다. 우리 식생활의 단점도 있지만 상쇄하는 장점도 많다. 한식의 정상성과 우수성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종전에는 지중해 식단이 가장 건강하다고 알려졌었는데 요즘에는 우리나라 식단이 건강한 식단이라는 것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나트륨 문제도 일본·핀란드 등에서 개선되는 데 20년이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나트륨 줄이기 운동 3년 만에 실제로 줄어드는 성과가 나왔다. 한국의 식품 안전성은 낙후한 것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높은 수준이다.”(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한국 식생활문화학회 회장) 아직까지 ‘논의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는 한식의 우수성을 하나의 신화로 규정하며 해체작업을 하고 있다. 한식의 위험성, 이를테면 재래식 된장의 바이오제닉아민 문제는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알려진 이야기인가. “그렇다. 그렇다고 제 의견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의견에는 찬반이 있다. 과학도 100%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의견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아무런 논란 없이 무조건 좋다고만 이야기하는 것은 건전하지 않다고 본다. 좋은 것도 있지만 이런 거를 고치면 더 좋아진다는 취지의 문제제기다.” -결국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뭐가 있나 하는 음식에 대한 불안감만 키울 수도 있지 않을까. “나쁘다는 것은 덜 먹고 좋은 것은 더 자주 먹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인스턴트 라면을 소울 푸드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고나트륨이 문제가 된다면 가급적 자주 먹지 않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리고 기왕 먹는 것이라면 수프의 양을 줄이고 나트륨 흡수를 막는 칼슘이 풍부한 채소를 넣어 먹는 것이 맞다. 인스턴트식품을 먹는 사람의 처지도 외면할 수는 없다. 인스턴트가 비싸면 누가 사먹겠는가.” -지적하는 한식의 문제들은 돌이켜보면 오랫동안 제기되어온 문제였다. 그런데 왜 공론화가 안 될까.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굉장히 폐쇄적으로 우리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사랑은 좋다. 그런데 그게 집착이 되면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진다. 나쁘다는 이야기를 조금만 해도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인다. 문제점은 공론화하지 않으면서 쉬쉬하는 분위기다.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 내 의견과 다르면 ‘틀렸다’고 말하는데, 그렇게 되어서는 더 개선되는 방향으로 갈 수가 없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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