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다양한 채소로 일구는 건강밥상…깊은 산사 공양간에서 우리 집으로

사찰음식(寺刹飮食)이란 말을 들어봤나요. 좁은 의미의 사찰음식은 절에서 스님을 비롯한 수행자와 불자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을 말해요. 한국의 사찰음식은 불교가 전래한 이래 약 1700년 동안 이어진 우리의 귀중한 전통문화이기도 하죠.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맛과 영양을 챙기는 음식이기 때문에 종교를 떠나서 건강한 식생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식문화랍니다. 게다가 사찰음식 중 일부는 조리법도 간단해서 집에서도 쉽게 해볼 수 있어요. 송윤서·오주연 학생기자가 사찰음식 문화에 대해 배우고, 직접 요리해 보기 위해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한국사찰음식 문화체험관을 방문했죠. 최소영 행정관과 여일 스님이 이들을 맞이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의 가지 피자 만들기 체험을 이끈 사찰음식 전문가 여일 스님. 소중 학생기자단의 가지 피자 만들기 체험을 이끈 사찰음식 전문가 여일 스님. "사찰음식은 어떤 종류가 있나요?" 윤서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일반적인 한식과 비슷해요. 주식으로는 밥·죽·면, 부식으로는 국·탕·찌개 등 국물음식, 각종 나물, 찜과 조림, 김치·장아찌, 구이·전·튀김, 간식으로는 부각이 있죠. 또 차와 다식도 만들어요."(최) 사전적 정의에 따른 사찰음식은 '불교에서 허용하는 스님들의 음식'으로, 수행자의 몸을 지탱하기 위한 영양분이에요. 하지만 사찰음식이 수행자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조선 시대 궁중이나 양반가에서 먹던 음식의 전통도 깃들어있죠. 과거 왕실이나 양반가에서는 큰 재를 모실 때 상궁이나 찬모가 사찰에 와서 재에 쓰일 음식을 만들었죠. 이를 통해 한국의 사찰음식도 다양하게 발전했어요. "일반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 구분되는 특징이 있나요?" 생각보다 다양한 사찰음식 종류에 놀란 주연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불교에서 금하는 다섯 가지 음식물인 오신채(마늘·부추·파·달래·흥거)와 육류·어패류를 사용하지 않아요. 특히 육식을 금지하는 이유는 불교의 계율 중 하나가 불살생계(不殺生械), 즉 '살생을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살생을 통해서만 제공이 가능한 육식은 하지 않아요."(최) 여일(맨 왼쪽) 스님과 함께 가지 피자에 쓰일 재료들을 손질하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여일(맨 왼쪽) 스님과 함께 가지 피자에 쓰일 재료들을 손질하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사찰음식은 반찬 가짓수가 적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가 있나요?" 소중 학생기자단의 물음에 최 행정관이 "일반적인 공양을 할 때는 반찬의 가짓수를 제한하지 않아요"라고 웃으며 말했어요. "아마 스님들의 식사법인 발우공양(鉢盂供養)을 이야기하는 것 같네요. 발우란 스님들이 사용하는 밥그릇을 말하며, 공양이란 절에서 음식을 먹는 것을 뜻해요. 평소 스님들은 적당한 양을 섭취해 수행에 전념하기 위해 밥과 국, 그리고 3~4가지 반찬(김치·단무지 포함)을 먹어요." 한국사찰음식 문화체험관에서는 사찰음식의 규율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한 요리들을 스님에게 직접 배울 수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여일 스님에게 가지 피자를 만드는 법을 배울 겁니다. 사찰음식 조리법으로, 오븐 없이 프라이팬만으로도 맛있게 피자를 만들 수 있다니 놀랍지 않나요. 피자 하나를 기준으로 감자(中) 3개, 가지 1개, 청·홍 피망 1/4개, 피자 치즈 200g, 소금·올리브유·포도씨유 적당량, 방울토마토 10개가 필요합니다. 주방에 들어서니 형형색색의 재료들이 가지런히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죠. 제일 먼저 피자 도우 역할을 할 감자전을 만들어봅시다. "손을 씻고 감자 칼로 감자의 껍질을 벗겨서 강판에 갈아주세요. 칼날이 날카로우니 조심하시고요." 여일 스님의 말에 따라 분주히 움직이는 윤서·주연 학생기자. 평소 요리를 즐겨한다고 하더니 손길이 제법 능숙하네요. "감자는 믹서기로 갈아도 되는데, 강판으로 갈면 식감이 살아있어서 훨씬 맛있어요. 강판에 간 감자에 생긴 물은 싱크대에 따라내 제거하세요." 어느덧 강판 바닥에 갈린 감자가 수북이 쌓였어요. 이제 도우에 바를 토마토 소스를 만들 겁니다. 방울토마토를 반으로 잘라 소금으로 간한 뒤 우묵한 형태의 프라이팬인 웍에 넣고 볶으면 돼요. "이탈리안 레스토랑서 토마토 소스를 사용한 파스타를 먹어본 적 있을 거예요. 그 소스처럼 죽이 될 때까지 되직하게 토마토를 볶아주세요. 토마토는 생으로 먹는 것보다 기름에 볶으면 영양가가 더 높아요. 소화도 더 잘되죠."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방울토마토를 넣으며 여일 스님이 말했어요. 방울토마토가 익을 동안 피자에 올릴 토핑을 준비합니다. 오늘의 메인 토핑은 볶은 가지예요. 가지를 세로로 반으로 자른 다음 손가락을 모아 가지를 고정하고 어슷하게 썰어줍니다. 얇게 썬 가지를 소금으로 간한 뒤 평평한 프라이팬에 넣어 주걱으로 타지 않게 계속 저으면서 볶습니다. "지금은 가지 양이 많아 보이지만 다 익으면 얼마 되지 않아요. 평소 집에서 가지를 먹나요?" 여일 스님의 물음에 윤서 학생기자가 '히히' 웃으며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어요"라고 답했어요. "건강하려면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해요. 사찰음식에는 이렇게 간단한 조리법으로 맛있게 채소를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많아요." 여일 스님과 소중 학생기자단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가지가 다 익었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피자를 구워볼 거예요. 프라이팬에 포도씨유를 넉넉하게 뿌려 예열한 뒤, 곱게 갈린 감자에 티스푼 절반 정도의 소금을 넣어 간을 합니다. 후추를 넣으면 풍미가 더 좋아져요. 감자를 프라이팬에 올리고 주걱으로 눌러 크고 둥글게 모양을 잡아줍니다. 감자에 남아있는 물기 때문에 기름이 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너무 센 불에 구우면 감자가 탈 수 있으니 중간 불에 천천히 구워주세요." 여일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기다리다 보니 감자튀김과 비슷한 냄새가 주방을 가득 채웠어요. 감자전이 거의 완성됐다는 뜻이죠. 노릇노릇하게 익은 감자전을 여일 스님이 프라이팬을 흔들어 능숙하게 뒤집자 지켜보던 소중 학생기자단 사이에서 "우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어요. "하하. 잘 익지 않은 상태에서 뒤집으면 모양이 엉망이 되니까 인내심을 가져야 해요." 고기와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가지 피자. 고기와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만든 가지 피자. 피자 도우가 완성됐으니 소스를 바르고 토핑을 올려야겠죠. 앞서 만든 토마토소스를 도우 위에 쓱쓱 발라줍니다. 그 위에 볶은 가지를 듬뿍 올린 뒤 피자 치즈를 뿌려요. 피망도 몇 조각 잘라서 올려주고 다시 한 번 피자 치즈를 뿌리면 가지 피자 완성이 코앞이에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프라이팬에 뚜껑을 덮고 피자 치즈가 녹기를 기다리면서 설거지를 하기로 했죠. "뒷정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해요. 오늘 사용한 각종 조리기구를 열심히 닦아보세요." 여일 스님의 말에 수세미와 고무장갑을 든 윤서·주연 학생기자. 오늘 처음 만난 사이지만 공통 관심사인 요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설거지를 마쳤어요. 물이 튄 테이블까지 행주로 훔치고 나니 어느새 가지 피자가 완성됐죠. 윤서 학생기자가 뚜껑을 열자 맛있는 냄새가 확 올라왔어요. 과연 그 맛은 어떨까요. 직접 만든 가지 피자를 시식 중인 오주연 학생기자와 송윤서 학생기자. 직접 만든 가지 피자를 시식 중인 오주연 학생기자와 송윤서 학생기자. 직접 만든 피자를 그릇에 담아 조각으로 자르고, 한 입 베어 물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진짜 맛있어요."(송) "토마토소스가 이런 맛이 날 줄은 몰랐어요."(오) "감자와 피자 치즈만 있으면 가지 외에도 다양한 토핑을 올려 쉽게 피자를 만들 수 있어요. 밖에서 파는 피자는 살도 많이 찌지만 소화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오늘 배운 요리를 집에서도 해보세요." 여일 스님이 행복한 표정으로 피자를 먹는 소중 학생기자단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다가오는 5월 19일(음력 4월 8일)은 불교의 창시자 석가모니의 탄생을 기리는 부처님 오신 날이에요. 공휴일에 집에서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사찰음식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건강한 식습관을 기를 기회가 될 거예요. 글=성선해(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자료제공=한국불교문화사업단 동행취재=송윤서(경기도 서정중 1)·오주연(서울 숭인중 1) 학생기자 [출처: 중앙일보] [소년중앙]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음식 10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무엇일까. 한국 하면 김치를 생각하던 이전과 달리 한류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한식이 알려지면서 외국인들이 찾는 한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트렌드에 따라 파막(파전+막걸리), 치맥(치킨+맥주), 삼쏘(삼겹살+소주) 등 한국에서 꿀 조합이라 불리는 메뉴들도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요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 못지않은 한국 입맛을 보여주는 외국인들도 많다. 과연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  1. 불고기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식을 보면 '불고기'는 항상 들어있다. 불고기는 코리안 바비큐라 불리며 외국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일반 바비큐와 다르게 뼈를 발라내지 않아도 되고, 매운맛이 강한 김치와 달리 고기에 달달한 간장양념을 더해 남녀노소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다. 외국에 한식당을 차려 운영하는 과정을 담은 tvN <윤식당>에서도 주메뉴로 불고기를 선택했다. 이 방송을 통해 많은 외국인이 자연스레 불고기를 주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 삼겹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와서 가장 먹고 싶어 하는 음식 중 하나가 '삼겹살'이라고 한다. 고소하니 쫄깃한 삼겹살과 딜리셔스 소스라 불리는 쌈장까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에는 삼겹살이 낯선 외국인들을 위해 삼겹살을 쌈 싸 먹는 튜토리얼이 수두룩하다. 특히 할리우드 배우들도 한국에 방문하면 꼭 먹고 싶은 음식으로 자주 언급하는데, 영화 '어벤져스'의 주역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영화 홍보차 한국에 방문했을 때 삼겹살과 소주를 즐긴 인증사진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3. 잡채 젓가락질을 힘들어하는 외국인들이 파스타처럼 즐길 수 있는 한식 '잡채'. 맵지도 않고, 간장양념을 베이스로 단맛이 돌아 코리안 누들로 인기를 얻고 있다. 쫄깃한 당면에 각종 채소와 고기를 넣어 맛뿐만 아니라 비주얼까지 훌륭한 음식이다.  4. 파전 '코리

새로워진 한식의 부상

  한국의 탑셰프들, 전통과 역사가 풍부한 최상의 요리로 국내외 ‘한식 물결’ 일으키다 한식은 세계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는 음식 문화 중 하나이다. 풍부한 색감과 식감, 셀 수 없이 많은 반찬 가지 수, 매운 찌개, 강렬한 발효 맛을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이렇게 특별한 한식은 종종 더 잘 알려진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에 밀려 국내에서 소비되는 일상적인 음식으로 과소평가되곤 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창의적인 신세대 셰프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친숙한 한국의 맛에 글로벌한 기술을 접목시킴으로써, 서울의 한식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이들 셰프는 사람들이 식사를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면서, 지역 농산물에도 주목하고 있다. 새로워진 한식은 국내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 요리의 정수를 선보이다 한식 요리로 최고의 권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은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가온’이다.  ‘가온’이라는 캔버스에 장식, 음악, 맛을 통해 한반도의 문화와 역사를 그려내고 있다. 그는 조선왕조 시대의 요리를 가온의 정제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두꺼운 한국 역사책을 깊이 연구했다. 흔히 전통적인 한정식이라고 하면, 긴 테이블에 펼쳐진 음식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김 셰프는 고급 멀티코스 요리의 세심한 흐름과 스토리텔링의 힘을 믿고 있다. 김 셰프는 “들려줄 이야기가 있고, 요리사의 마음이 손님에게 전해지는 방식으로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바로 그것이 나에게는 파인 다이닝”이라고 말한다. 식사의 구성이 바뀌었을 지 모르지만, 그의 요리의 핵심은 한식의 본질, 즉 자연의 소박함이다. 김 셰프는 “여백의 미는 사람들이 전통 한식에 대해 얘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라며 “여기서 ‘여백의 미’는 소박함을 의미한다. 한식의 아름다움은 하나의 접시 위에 너무 많은 요소를 담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한식의 재창조 김 셰프를 중심으로 서울의 미식계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가온’이 또 다른

외국인을 위한 본죽&비빔밥 메뉴 안내 서비스.Bonjuk and Bibimbap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