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비빔밥은 화려하고 푸짐한 게 특징이다. 육회·황포묵·콩나물·대추·은행·표고버섯·밤 등 적어도 15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가야 한다. '갑기회관'의 비빔밥 역시 화려하고 정갈하다.
국가대표 한식
경남 진주에도 비빔밥이 있다. 육회를 중심으로 고사리‧무나물‧숙주나물 등 일곱 가지 재료만 올리는 진주비빔밥과 달리 전주비빔밥에는 대략 15가지 이상의 재료가 올라간다. 양이 푸짐하고 모양새도 화려하다. 차림이 옹색하면 전주비빔밥이 아니다. 숟가락 대신 젓가락을 써야 겨우 비빌 수 있다.
전주비빔밥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갑기회관’ 김정옥(64) 사장은 “밥·육회·고추장이 맛을 좌우하는 핵심”이라고 했다. 일단 한우의 사골 국물로 밥을 짓는다. 그래야 밥알이 서로 달라붙지 않고 고슬고슬하니 고소한 맛을 낸단다. 육회는 한우의 엉덩이 살만 고집한다. 고추장에는 오디·매실·사과 등 갖은 과일을 넣어 감칠맛을 돋운다.
놋그릇에 오방색 화려한 꽃이 피었다. 샛노란 황포묵을 비롯해 콩나물·대추·밤·은행·잣·표고버섯·당근 등 15가지 재료를 넣은 전주비빔밥(1만5000원)이 상 위에 차려졌다. 맛과 향, 빛깔 모든 게 넉넉했다.
걸쭉하게, 개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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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이집'의 콩나물국밥 상차림. 계란을 넣지 않고 끓여 맑고 개운한 맛이 특징이다. 전주 시민이 가장 아끼는 해장국밥집 중 하나다.
전주 사람 누구나 국밥엔 일가견이 있다. 콩나물국밥의 고향이 이곳 전주니 당연한 일이다. 원조를 따지진 않지만, 취향은 확연히 갈린다. 69년 내력의 ‘삼백집’은 뚝배기에 밥을 미리 넣고 끓이다 계란을 얹어 낸다. 국물이 걸쭉하고 고소한 맛이 강하다. 끓여놓은 육수를 밥에 수차례 토렴해 상에 올리는 ‘현대옥’ ‘삼번집’ ‘왱이콩나물국밥(왱이집)’ 스타일도 있다. 펄펄 끓이지 않아 술술 넘어가고, 텁텁함 없이 개운하다. 이른바 ‘남부시장식’이다. 24시간이 모자라는 시장통에서는 빨리 비울 수 있는 국밥이 통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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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겨울에는 모주를 주전자에 담아 따뜬하게 데워 먹는다.
국밥과 섞박지 그리고 수란. 콩나물국밥(7000원)의 상차림이다. 일단 수란에 국물을 적당히 붓고, 김을 잘게 부수어 얹은 다음 후루룩 마셨다. 고소한 들기름 냄새가 확 퍼졌다. 뜨끈하게 데운 모주(2000원)까지 한입에 털고 나니 식욕에 확 돌았다. 오징어와 묵은김치를 넣어 끓인 콩나물국밥은 얼큰하고도 시원했다. 지금도 침이 고인다.
넉넉히 취하고 싶을 때
IMF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 무렵이 막걸리 골목의 최대 호황기였다. 나라가 어려워지자, 막걸릿집으로 사람이 모였다. “술만 시키면 됐기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직장인과 대학생이 많았다. 그땐 막걸리 세 병 들어가는 주전자 한 통이 1만원에 불과했다”고 서신동 ‘옛촌막걸리’ 최인덕(61) 사장이 회상했다. 3만~4만원만 모여도 여럿이, 배불리, 거나하게 취할 수 있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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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옛촌막걸리'의 가족상 차림. 김치찜·들깨삼계탕·족발·간장게장·대하·홍합탕 등 12개 안주가 깔린다.
‘옛촌막걸리’의 가족상(5만3000원)은 12개 안주가 기본이다. 김치찜·들깨삼계탕·족발·간장게장·대하·홍합탕…, 테이블 두 개를 붙이고서야 겨우 모든 안주를 올릴 수 있었다. 막걸리 집도 이제는 인심이 아니라 음식이 경쟁력이었다.
옛 맛이 사라진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의 전경. 코로나19 이후 사람이 부쩍 줄은 모습이다.
한옥마을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달리 오랜 전통의 먹거리를 찾기 쉽지 않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상점이 워낙 많고, 유행도 빠르게 바뀐다. 전주 사람은 한옥마을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거의 없다. 서울 사람이 명동 가기를 꺼리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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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베테랑' 칼국수
한옥마을 건너편 남부시장에서 오랜 세월 사랑받는 먹거리는 피순대다. 선지가 들어있어 붙은 이름. ‘조점례 남문 피순대’가 가장 이름난 순댓집이다. 시장에서 거의 반세기를 버텼다. 가게는 오전 7시에 열지만, 2대 사장 권교숙(55)씨와 직원들은 5시부터 나와 채비를 한다. 돼지내장을 삶아 순대국밥(7000원)에 쓸 육수를 끓이고, 피순대(1만2000원)를 손수 만들고 쪄낸다. 선지를 꺼리는 편이나, 이상하게도 이집 피순대는 잘도 받아먹었다. 그만큼 선지와 찹쌀, 채소의 조화가 절묘했다. 내장이 듬뿍 들어간 순대국밥 역시 마찬가지였다. 속이 꽉 찬 것이 쫄깃하고도 담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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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시장 안 '조점례 남문 피순대'의 피순대와 순대국밥
달콤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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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PNB풍년제과'의 인기 메뉴인 수제 초코파이와 각종 '센베(전병)'. 초코파이는 최근 녹차·복분자·화이트초코 등으로 종류가 다양해졌다. 크기를 반으로 줄인 미니 초코파이도 있다.
전주식 수제 초코파이의 유행을 이끈 집이 경원동의 ‘PNB풍년제과’다. 51년 문을 열어 3대째 이어온다. 강현희(73) 2대 사장은 요즘도 손수 초코파이(1개 1900원)를 만든다. 빵을 굽는 건 기계가 하지만, 버터크림을 펴 발라 잼을 얹고, 겉에 초콜릿을 묻히는 작업은 여전히 그의 손을 거친다. “모양은 삐뚤빼뚤해도, 그래야 추억의 맛이 살아난다”고 말한다.
수제 초코파이가 뜬 건 2000년대 이후. 사실 빵집의 오랜 스테디셀러는 이른바 ‘센베(전병)’ 과자다. 일흔을 훌쩍 넘긴 전병 기술자가 빵 공장 한편에서 30년 넘게 전병을 구워오고 있다. 완주산 봉동 생강으로 맛을 낸 ‘생강 센베(8000원)’를 찾는 어르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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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거리 '평화와평화'의 휘낭시에.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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