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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과 일본의 ‘한류’

 일본에서 비빔밥이 인기다. 비빔밥만을 전문으로하는 체인점 식당도 눈에 띈다. 그러나 최근의 현상은 아닐 것이다. 비빔밥은 일본어로 ‘비빈바;bibinba’다. 저명한 일본의 국어사전 ‘고지엔’에도 비빈바는 조선요리로 설명되어 올라있다

일본의 음식습관에서 밥에 여러가지 음식을 넣어 섞어 비벼먹는다는 발상은 특이한 것이다. 일본음식은 흔히 ‘색으로 그 맛을 즐긴다’고 하듯이 음식은 여러 소재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먹는데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자장면과 같은 일본의 대중음식 중의 하나는 카레인데, 우리와 먹는 방법이 좀 다르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레와 밥을 함께 섞어 비벼서 먹지 않는다. 밥 위에 카레는 올려놓아 먹는다. 카레를 다 먹을때까지 함께 섞어 비비는 일은 드물다. 카레는 카레대로 흰밥은 흰밥대로 그 맛을 즐기려는 것이리라.

그래서 비빔밥을 처음 먹는 사람은 섣불리 나물과 밥을 함께 섞어 비비려고 하지 않는다. 나물을 하나 두개 집어 먹고 흰밥을 조금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다. 나물맛과 흰밥을 따로 즐겨먹으려한다. 그러다 원래 비빔밥은 둘을 혼합하여 먹는다고 하면 신기한듯 재미있는듯 힘겹게 익숙치않은 숟가락질로 둘을 비빈다. 그래도 선뜻 고추장을 넣지 않는다. 일본의 비빔밥에서 고추장은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만약 당신에게 고추장을 뺀 비빔밥을 먹으라고 내민다면 먹을 수 있겠는가? 한국의 비빔밥의 반은 고추장맛이다. 나물도 흰밥도 고추장맛에 희생된다. 그러나 비빈바을 먹는 일본사람들은 되도록 고추장을 적게 넣어 나물과 흰밥의 맛을 즐긴다.

일본사람들에게 비빈바가 맛있고 재미나는 것은 나물과 흰밥을 섞어 비벼 먹는다는 것, 그 먹는 방식때문일 것이다. 자기들의 음식먹는 습관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으로 먹어보니 맛있다. 또 항상 젓가락만 사용하던 사람들이 비빈바를 먹을 때는 일체 젓가락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 이것 또한 신기하다. 젓가락 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발상이 이들에게는 가히 혁명적일지도 모른다. 일본의 음식 먹는 습관에서 젓가락은 중요하다. 예를들어 미소시루(된장국보다 엷은 스프)와 같은 국을 먹을때도 젓가락으로 저으면서 훌훌 마신다. 떠 먹지 않는다.

일본의 비빈바는 한국의 비빔밥이다. 이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비빔밥에서 정작 중요한 고추장이 일본의 비빈바에서는 제 역할을 못한다. 이것을 우리는 내가 먹던 비빔밥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당신은 일본사람들은 비빔밥의 맛을 제대로 즐길 줄 모른다고 안타까워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목소리는 비빈바는 우리 음식이라고 단정짓으려는 자위적인 목소리다. 비빈바는 비빔밥이 아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비빔밥이 없었으면 일본사람들이 비빈바처럼 나물과 흰밥을 섞어 비벼먹는 발상은 영원히 얻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혐한류라는 만화가 인기라고 한다. 한류를 혐오하는 일본사람들은 비빈바를 한국음식인 비빔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비빈바를 먹으면서 이국적인 조선요리를 먹는 기쁨을 맛 볼지 모른다. 그러나 이국적인 비빔밥의 맛은 원래 고추장맛에 있다는 것은 새삼 깨닫지 못할 것이다. 고추장을 제대로 넣어야 원래 비빔밥이 맛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채 자기가 먹는 비빈바가 조선요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은 한일관계가 불편해지면 언제든지 자기가 맛있게 먹던 비빈바가 조선요리이니 먹지 말자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비빈바=조선요리의 사고를 견고하게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들은 자랑스런 일본인이란 관념에 푹 젖어 있다.

나는 일본에서 제대로 한류를 만끽하는 사람들은 비빔밥을 자기나름대로 고추장을 적게 넣거나 빼내고 비빈바로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보내는 한류에 대한 갖가지 시선 - 혐한류와 비슷한 발상으로 한류에 한국적이라는 등록상표를 부여하려는 사람들의 목소리 - 은 이들 비빈바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들에게 욘사마가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중요하지 않듯이. 욘사마의 연기를 좋아하다보니 그가 한국인이었다고 알게 된 것이다. 일본의 혐한류그룹은 욘사마의 연기보다 그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들은 자기가 일본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한편으로 일본인임을 속으로 혐오하는 자들이다. 이러한 자기모순과 분열을 견디지 못해 한류는 한국 것이라고 떠든다.

그러나 진정으로 한류를 즐기는 사람에게 춘천은 ‘겨울소나타(겨울연가)’의 촬영장일뿐 어느나라의 땅이 아니다. 그래서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서울을 내박치고 춘천으로 줄달음질 친다. 서울은 돌아가는 길에 잠시 디저트로 맛 볼 뿐이다. 다만 한류를 즐기는 사람들은 항상 마음 속으로 한국에서 이런 일본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드라마를 만들어 준 것에 감사한다. 그래서 이들은 ‘겨울소나타’의 원작자, 연출자, 심지어 욘사마의 매니저마저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드문 현상이다. 하지만 이것이 ‘겨울소나타’를 즐기는 사람들의 참모습이다. 비빈바를 맛있게 먹는 일본사람의 참모습이다

한겨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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