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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에 떠내려간 소 우생마사(牛生馬死)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잠언이 이번 홍수에서도 확인되었다. 폭우로 동네 집들과 축사가 물에 잠기자 키우던 소는 지붕 위로 올라갔다. 소가 어떻게 지붕 위로 올라갈 수 있는가? 소는 물에 뜬다. 소의 배는 크고 빵빵하기 때문에 물에 빠졌을 때 이게 부력(浮力)을 지니게 된다. 물에 빠진 소는 가만히 있어도 물에 둥둥 뜬다. 그러니 물이 차오른 지붕 위로 올라갈 수 있다. 물이 빠진 상태에서 서너 마리 소가 파란 양철지붕 위로 올라가 있는 신문 보도 사진이 아주 코믹하면서도 인생의 이치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경남 합천에서 집중호우에 휩쓸려간 소가 85㎞ 떨어진 창원시의 야구장 둔치에서 발견되었다는 뉴스도 있었다. 낙동강 근처의 야구장 둔치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의 귀에 붙은 표지를 보니 합천군의 어떤 축산 농가의 소로 확인되었다. 소 주인은 홍수에 떠내려가 죽은 줄 알았다. 열흘 만에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자신의 소를 발견하고 놀란 것이다. 말(馬)은 홍수로 떠내려가면 죽는다. 살려고 필사적으로 네 발을 허우적거리다가 탈진해서 죽는다. 전쟁터의 전차부대나 기마병의 말은 그 스피드로 인해서 능력을 발휘하지만 홍수가 났을 때는 아주 취약하다. 반대로 소는 논밭의 쟁기질이나 하는 농우(農牛)에 지나지 않지만 홍수철에는 허우적거리지 않고 둥둥 떠 간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홍수를 만나게 되어 있다. 홍수 안 만나는 사람은 없다. 이때 필자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인간은 허우적거리게 되어 있다.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그러다가 더욱 상황이 악화된다. 어떻게 하면 홍수 났을 때의 소처럼 부력을 지닐 수 있단 말인가? 이 부력이야말로 내공이다.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서 시속 300㎞ 속도로까지 굴러갔을 때 비로소 육중한 비행기 몸체가 뜬다. 삶의 활주로에서 300㎞ 속도까지는 죽어라고 굴러보아야 부력이 생기는 것 같다. 그전까지 대강 살아서는 부력이 안 생긴다.

인생이 내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생기는 힘이 부력이 아닐까? 아니면 신의 섭리에 모든 것을 맡기는 깊은 신앙심도 해당한다. '行到水窮處(행도수궁처) 坐看雲起時(좌간운기시)'는 선사들이 좋아했던 시구이다. 막판까지 가보니까 그 끝에서 구름이 피어오른다는 이야기를 가슴에 새겨본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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