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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인생 2장(章)을 위하여 건배(Here's to a whole new chapter)!'

드라마 '어바웃 슈미트(About Schmidt·사진)' 첫 장면에서 슈미트가 사무실 벽시계를 바라봅니다. '자주 시계를 보면서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직장인(clock-watcher)'의 표정은 아닙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에 사는 그는 내일부터 40년 넘게 다닌 생명보험사에 나오지 않습니다.

'인생의 목적은 목적 있는 삶(The purpose of life is a life of purpose)'이건만 은퇴한 슈미트의 일상은 온통 공허뿐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아내가 뇌졸중으로 쓰러집니다. 직업병일까요, 그가 이러는군요. "상처(喪妻)한 66세 남성이 9년 안에 죽을 확률은 무려 73%다." 기운 차려 아내 유품을 정리하던 그가 또 큰 충격을 받습니다. 발신자가 그가 아닌, 아내의 33년 전 연애편지를 발견한 겁니다. 실의에 빠진 그의 일상이 널브러진 쓰레기 꼴이 됩니다.

드라마 '어바웃 슈미트'
'가장 끔찍한 가난은 외로움과 사랑받지 못하는 감정이다(Loneliness and the feeling of being unwanted is the most terrible poverty).' 테레사 수녀의 은유입니다. 자기 처지가 그러하기에 그는 가난한 탄자니아 어린이 후원 캠페인에 동참해 22달러와 편지를 보냅니다. 그러곤 덴버의 외동딸에게 찾아갑니다. 자식을 자기 곁에 두고 싶어진 겁니다. 아버지의 사랑이 늘 배고팠던 딸은 청을 뿌리칩니다. 그가 몹시 반대한 결혼도 해버립니다.

"이 세상이 나로 인해 더 나아진 게 뭐가 있지?" 돌아오며 그가 그리 자문하더니 누구 삶에도 변화를 일으킨 게 없자 좌절합니다. 생을 마감하고 싶을 만치 외로워진 그에게 편지가 도착합니다. 수녀가 대신 부친 탄자니아 6세 아이의 그림 편지입니다. 가족이 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읽자 그가

'가장 큰 비극은 죽음이 아니라 목적 없는 삶을 사는 것'이라 하지요. 슈미트 얼굴엔 남은 생을 그렇게 허투루 살진 않겠다는 의지가 가득합니다. 저는 이렇게 상상해봅니다. 은퇴한 날 아내가 해준 이 건배사를 그가 그 순간 떠올리진 않았을까, 하고. '완전히 새로운 인생 2장(章)을 위하여 건배(Here's to a whole new chapter)!'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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