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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만든 음식은 입에 남고, 머리로 만든 음식은 몸에 남는다. 가슴으로 만든 음식은 가슴에 남는다.”

세월을 이긴 경북의 노포 맛집들 <하>

포항 장기식당 소머리곰탕.
전회 고기, 국수 이야기에 이어,
대구, 경북의 노포를 추가로

소개한다.

이 식당들 역시 ‘30년 이상 된
노포들’이다.

“손으로 만든 음식은 입에 남고,
머리로 만든 음식은 몸에 남는다.
가슴으로 만든 음식은
가슴에 남는다.”

30년 이상 된 노포의 음식은 우리
마음과 가슴에 남았다.
 


대구 현풍의 박소선현풍할매곰탕.

◇ ‘가슴에 남는 음식으로 기억될 식당들



한식은 ‘국과 밥’이 주인공이다. ‘탕반음식(湯飯飮食)’이다. 탕 중에도 가장 귀한 것, 앞자리는 ‘대갱(大羹)’이다. ‘대(大)’는 ‘바탕’ ‘으뜸’이라는 뜻도 있다. 으뜸이 되는 국물, 가장 귀한 국물, 대갱은 고깃국물이다. 고깃국물 중에도 “매실이나 소금으로 간을 하지 않은 국물”이다. 맑은 곰탕이 대갱이다. 경북, 대구는 향교 제사와 손님 접대가 흔했던 곳이다. 곰탕은 늘 가까이 있었다. 전남 나주도 큰 도시였다. ‘나주곰탕’이 유명한 이유다. 곰탕집 옆에는 나주 관아와 객사(客舍)가 있다.

영천 공설시장에는 곰탕 골목이 있다. 곰탕 노포들이 줄지어 있다. ‘포항할매집’은 3대 전승, 60년을 넘긴 노포다. 시장통의 허름한 건물이지만, 전국으로 택배도 하는 이름난 맛집이다. 서울 유명 설렁탕 노포들은 메뉴에 곰탕을 넣지 않는다. 곰탕과 설렁탕은 다른 뿌리를 가진 음식인 줄 알기 때문이다. 곰탕, 곰국은 제사에 사용하지만 ‘설렁탕 제사’는 없다. 영천 ‘포항할매집’의 곰탕은 변형된 곰탕이다. 메뉴에 ‘살고기(살코기)곰탕’이 있다. ‘살코기로 끓이지 않은 변형 곰탕’이 있다는 뜻이다. 곰탕은 원래 살코기로만 끓인 것이다.

 


대구의 국일따로국밥.
포항 ‘장기식당’의 곰탕도 ‘변형된 곰탕’이다. 머리 고기 등이 주류다. 정갈하게 손질한 머리 고기가 아주 좋다. 운이 좋으면 우설(牛舌)도 한두 점 맛볼 수 있다. 양이 푸짐한 편이고 국물 맛도 수준급이다. 역시 3대 전승, 60~70년의 업력을 자랑한다.

‘박소선현풍할매곰탕’도 노포다. ‘현풍면’은 원래 ‘현풍군’이었다가 경북 달성군에 편입된다. 오래지 않아 달성군이 대구로 편입되면서 현풍면은 대구가 되었다. 현풍면 상리에 현풍향교가 있다. 고속도로 공사 당시 인부들을 위한 음식점으로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지만 역시 뿌리는 ‘향교, 관아 있는 곳의 곰탕’이다.

대구 육개장 노포는 ‘국일따로국밥’이다. 업력이 70년을 넘겼다(1946년 창업). 곱게 다진 마늘이 육개장 그릇에 얹혀 있다. 상당히 많은 양이지만 ‘마늘 추가’하는 이들도 많다. ‘경상감영공원’이 지척에 있다.

‘옛집식당’은 달성공원 부근에 있다. 업력은 70년을 넘겼다(1948년 창업). 시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을 며느리가 이어받았고, 지금은 3대 전승, 아드님이 어머니와 같이 운영 중이다. 고사리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대파의 흰 부분을 사용한다. 푸른 부분을 제거한 대파는 단맛을 강하게 낸다. 인터넷에 ‘영혼을 울리는 맛’이라는 극찬이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방송 출연을 하지 않는다. 방송을 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오시는 손님 맞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야유회 등의 행사에 단체 주문을 하는 손님도 많다.

 


대구 달성공원 부근에 자리한 옛집식당 상차림.
‘만경관’ 옆에 있었던 ‘벙글벙글’ 집도 대구의 육개장 노포다. 업력이 50년을 넘겼다(1964년 개업). 시작은 의성 안계의 장터다. 국물이 달짝지근하고 세련된 맛이다. 반찬 중, ‘쪽파 김무침’은 압권이다. 부순 김 조금에 쪽파를 더하고 무쳐낸다. 반찬이지만 ‘시그너처 메뉴’다. 지금은 달성 화원읍 본리로 이사했다.

안동 중앙신시장의 ‘옥야식당’은 육개장과 비슷한 음식이지만 반드시 ‘선짓국밥’이라 부른다. 메뉴도 딸랑 선짓국밥 하나다. 육개장에는 고사리, 토란대 등이 있어야 한다. 술꾼들을 위한 음식이라기보다 식사용이다. 이름은 ‘선지’지만 대파가 많고, 대파의 달짝지근함이 아주 좋다. 모녀가 운영하는데, 친절하고 푸근하다. ‘멀리서 왔다’고 하면 주차비로 1천원짜리 한 장을 되돌려주기도 한다.

경주 ‘팔우정해장국골목’의 ‘팔우정해장국’도 노포다. 이 골목의 원조집이다. 주인 할머니의 연세가 많다. 몇 해 전부터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조미료,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말린 모자반으로 맛을 냈던 집이다.

영천 공설시장에는 곰탕 골목이 있다.
곰탕 노포들이 줄지어 있다.

‘포항할매집’은 3대 전승,
60년을 넘긴 노포다.

시장통의 허름한 건물이지만,
전국으로 택배도 하는 이름난 맛집이다.

대구 육개장 노포는 ‘국일따로국밥’이다.
업력이 70년을 넘겼다.



곱게 다진 마늘이 육개장 그릇에 얹혀 있다.
상당히 많은 양이지만
‘마늘 추가’하는 이들도 많다.

안동의 ‘물고기식당’은 이름부터 담백하다. ‘물고기’는 민물고기,
그 중에서도 은어, 빙어, 피라미 등을
튀기거나 조림으로 내놓는다.

나이 드신 노부부가 운영하는데
음식 맛은 재볼 필요가 없다.

안동 중앙신시장의 옥야식당 선지국밥.

◇ 바다 생선 귀한 곳의 민물 생선



서해안은 멀고, 동해안은 태백산맥이 가로막고 있다. 안동 간고등어가 생긴 이유다.

안동의 ‘물고기식당’은 이름부터 담백하다. ‘물고기’는 민물고기, 그중에서도 은어, 빙어, 피라미 등을 튀기거나 조림으로 내놓는다. 나이 드신 노부부가 운영하는데 음식 맛은 재볼 필요가 없다. 조미료, 감미료를 사용하기 전의 음식 맛이다. 반찬을 12가지 정도 내놓는데 하나같이 맛깔나다. 메뉴의 ‘피리’는 피라미다. 생선조림과 같이 내놓는 청국장도 일품이다.

미꾸라지는 천대받던 물고기다. 가난한 시절, 추어탕은 괜찮은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대구 동성로의 ‘상주식당’은 미꾸라지 느낌이 없는 추어탕 전문점이다. 식당 마당 한쪽에는 늘 가지런히 손질한 배춧잎이 줄지어 있다. 미꾸라지를 곱게 간 다음, 걸러서 사용한다. ‘갈추’다. 추어탕이지만 미꾸라지는 찾아볼 길이 없다. 간장 베이스의 곱게 간 추어탕. 남매가 운영한다.

 


안동 서동문로 물고기식당은 민물고기 요리가좋다.
다슬기는 이름이 많다. 충청도에서는 올갱이 혹은 올뱅이, 호남에서는 데사리라 부른다. 경북은 남과 북이 부르는 이름이 모두 다르다. 남쪽에서는 고디라고 부르고, 북쪽에서는 골부리, 꼴부리라 부른다.

남쪽인 영천에는 ‘영천금호할매추어탕고디탕’이 있다. 고디탕은, 아마 금호강에서 잡은 다슬기로 만들었을 것이다. 추어탕과 다슬기 탕인 ‘고디탕’이 주력 메뉴다. 노포이니 실내는 어둡고 낡았다. 이른 아침부터 식사를 내놓는다. 밑반찬이 짭조름하고 먹을 만하다.

안동 길안에는 길안천이 있다. 낙동강의 맑은 상류다. 작은 읍내에 ‘장터분식’이 있다. 가게 주인은 이영란 씨. 가게를 운영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았다. 노포 중 하나로 소개하는 이유가 있다. 이영란 씨의 골부리 채집 기간이 30년을 넘겼다. 건강 문제로 골부리 잡이를 시작했다. 인근 길안천 바닥에는 고운 자갈이 많다. 골부리 잡이를 하느라 돌을 디디고 다니는 사이 건강이 회복되었다. 그 세월이 30년이다. 비어 있는 ‘장터분식’을 인수했다. 직접 잡은 골부리로 국을 끓인다. 맛의 비결은 간장이다. 조선간장을 고집하고 다른 곳처럼 된장을 넣지 않는다. 간장의 예전 이름은 ‘청장(淸醬)’이다. 장을 담그면 맑은 장이 위로 뜬다. 아래에는 된, 뻑뻑한 장이 있다. 되다고 해서 된장이다. 청장은 맑다. 맛도 간결하고 품위가 있다. 부추가 골부리 맛을 해친다고 아욱을 사용한다. 왜 아욱을 쓰느냐고 물었다. 그저 “고향(경북 영양 청기면)에서 그렇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경산시 하양읍의 ‘중남식당’도 수준급의 집이다. 골부리무침과 한식 밥상을 메뉴로 내세웠다. 골부리 국 혹은 무침이 나오는, 30가지 정도의 반찬이 풍성한 한식집이다. 대단한 반찬이 없으면 ‘백반집’이지만 백반집으로 부르기에는 반찬 가짓수가 너무 많다. 가격도 싸고 음식도 수준급이다.

경주의 ‘숙영식당’도 마찬가지. 보리밥 전문점임을 내세우지만 역시 백반집이다. ‘ㄷ’ 자 집의 마당 한가운데 작은 정원이 있다. 허술한 가정집인데 내부는 깔끔하다. 음식도 수준급으로 깔끔하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음식들의 간이 거친 듯하지만, 아주 좋다.

50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안동 월영교 부근의 ‘까치구멍집’도 빼놓을 수 없다. 헛제삿밥이다. 제사 모시고 나서 먹었던 나물 비빔밥이 일품이다. 간고등어를 비롯하여 제사 음식들을 제대로 내놓는다. 음식의 중심은 곰탕(대갱)과 나물이다. 예전에는 댐 건너편 관광지구에 있었다.

식당은 아니지만, ‘경당종택’의 아침 밥상을 개인적으로는 최고로 친다. 평범하지만 정갈한 밥상이다. 진귀한 식재료도 없다. 일상으로 만나는 식재료로 손님맞이 상을 내놓는다. 한식의 길이다. 종부 권 순 씨의 시집살이가 50년쯤 된다.

 


안동 서후면 경당종택의 아침 밥상
중식은 이래저래 경북, 대구에서 사라지고 있다. 만두, 짜장면, 짬뽕 등은 중식의 서민 메뉴다.

문경 점촌읍의 ‘영흥반점’과 대구 ‘진흥반점’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노포다. 만두의 ‘대구 버전’인 납작만두는 미성당이 오래된 가게다. ‘영흥반점’은 탕수육이 유명하다. 튀김의 색깔은 희고, 소스는 맑다. 쫄깃한 찹쌀 탕수육이다. 탕수육 먹으러 왔다가 짬뽕 맛을 보고 놀라는 이들이 많다. 메뉴 중에 ‘야끼우동’이 있다. 화상노포(華商老鋪)다. 대구 ‘진흥반점’은 배춧잎 대신 김치 느낌의 채소를 사용한다. 국물 맛이 뛰어나다.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는다.

‘미성당’의 납작만두는 만두 부침개다. 기름에 얇게 지진 만두가 재미있다. 50년을 넘겼다.

포항 토박이들은 “물회 맛은 생선과 고추장 맛”이라고 단언한다. 맹물이나 얼음, 곱게 간 얼음으로 물회를 완성한다. 별도로 만든 육수는 피한다. 상당수가 사이다와 조미료 섞은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물회 노포는 얼마 전 회, 물회 편에서 소개했다.

영덕 강구항의 ‘청송식당’도 물회와 곰치국으로 유명한 노포다. 허름한 분위기와는 달리 음식은 정갈하다. 물회 맛을 가린다고 김 가루도 사용하지 않는다. ‘영덕미주구리(물가자미)물회’의 대표선수 격이다.

경북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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