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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맞춤 죽 시장이 열릴 것

'죽'은 인류와 함께한 가장 오래된 음식 중 하나다. 곡물을 재료로 한 음식 중 '밥'이나 '떡'보다 먼저 탄생했다.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다양한 곡물로 쑤는 죽은 밥만큼 보편화된 음식이었다. 하지만 쌀 생산이 늘며 밥이 주식으로 자리 잡은 뒤 죽은 그저 치료식, 보양식 정도로 전락했다. 그러던 중 죽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웰빙' 열풍이 일면서다. 건강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건강식인 죽에 다시 주목했다. 그 결과 수십여 개의 죽 전문점이 등장했다. 하지만 결국 죽도 '음식'이었다. 맛이 떨어지는 죽 전문점은 고객의 발길이 끊기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시장은 한 차례 재편돼 현재 남아 있는 죽 전문점은 손에 꼽힐 정도다. '본죽'과 '죽이야기' 등이 현재까지 남아 있는 대표 죽 전문점이다. 이 중 '죽=환자식'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 '기능성 맞춤 죽'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임영서 죽이야기 대표를 만나 봤다.

- 죽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죽이야기를 하기 전 프랜차이즈 컨설팅 일을 했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어느 정도 이해를 가지고 있었고 향후 트렌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미래에는 싸고 양 많은 식당 시대를 지나 건강미와 여유, 여가, 가치를 줄 수 있는 음식이 성공 키워드라고 생각했다. 특히 죽집 컨설팅을 맡으며 그동안 생각하고 있던 키워드와 일치해 2003년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 현재 가맹점은 얼마나 되나.
"국내 가맹점이 400여 개 있고, 해외에 43개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외 매장의 경우 30평 미만으로 죽과 비빔밥, 볶음밥, 덮밥 메뉴를 더한 'J Story(제이스토리)'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30평 이상 매장으로는 기존 메뉴에 탕, 전골, 구이 등을 추가한 한식 브랜드 'Lim's Food Story(림스푸드스토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에 800여 개까지 매장 수를 늘리고, 해외 매장은 2025년까지 30여 개국에 500개점을 내는 것이 목표다."
 
- 15년 장수 비결은.
"어느 매장에서나 같은 맛을 낼 수 있는 일관성에 있다는 생각한다. 비결은 육수에 있다. 사실 죽이 처음 프랜차이즈 시장에 나왔을 당시 육수는 정말 1차원적이었다. 소고기죽은 사골 국물을, 해물죽은 다시마나 멸치를 우린 물 정도를 사용했다. 하지만 사골 국물의 경우 끓일 때마다 맛의 차이가 확연했다. 첫 번째 끓일 때는 비리고, 두 번째는 맛있고, 세 번째는 맛이 거의 없었다. 해물죽의 육수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매장마다 육수를 자체적으로 준비하다 보니 같은 프랜차이즈라고 해도 맛이 천차만별이었다. 이에 육수 개발에 중점을 뒀고, 이를 통해 맛의 균일화와 품질을 높일 수 있었다."

- 육수를 강조하는데, 직접 개발했나.
"아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업 준비를 돕던 아내가 직접 국내 유명 육수 제조장에서 6개월 정도 일하며 육수 제조법을 배웠다. 운이 좋게도 연구 개발 파트에서 일하며 육수에 대한 깊이 있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지금 죽이야기 육수는 이 같은 아내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이 밖에 육수를 연구하는 동안 죽도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 전국의 유명 죽집을 거의 다 다니며 죽을 맛봤다. 어림잡아 5000그릇 이상 먹은 것 같다. "
 
- 육수 외에 다른 차별점은.
"죽을 개발하면서 고민했던 또 하나는 바로 죽을 먹는 과정에서 나오는 물이었다. 흔히 자장면에 침이 섞이면 물이 생기는 것처럼 죽도 먹다 보면 물이 생겨서 맛이 변하곤 했다. 그래서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사견이지만 당이 많을 경우 먹을 때 물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죽이나 자장면 등을 먹을 때 물이 많이 생긴다면 당뇨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나.
"감자녹말을 첨가하기도 하고 튀김가루를 넣기도 하고, 수분을 없애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결국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됐다. 쌀을 볶으면 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밥과 야채를 볶아 죽을 쑤었을 경우 물이 덜 생겼고, 남은 죽을 보관했다가 다시 데워 먹을 경우에도 복원력이 80~90%에 이를 정도로 좋았다. 이런 노하우를 통해 볶았을 때 최적의 맛을 내는 맵쌀, 찹쌀을 배합해 만든 죽 전용 쌀도 선보였다."
 
- 죽 브랜드마다 다른 특징이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 나름 죽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메뉴 개발부터 원재료까지 그야말로 죽에 들어가는 정성으로 브랜드를 키워 왔다. 하지만 경쟁사에서 이런 노력 없이 죽이야기를 따라 메뉴를 내는 모습을 보면 과연 저런 죽이 고객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웰빙 열풍으로 최대까지 늘어났던 죽 브랜드가 이제 얼마 안 남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 죽을 먹어 본 해외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생각보다 현지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 죽은 해외시장 진출에 괜찮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한식이지만 현지의 입맛에 맞춰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도 용이하고 또 한식 고유의 맛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 한식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무쌍하게 새로운 메뉴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은 죽이 가진 힘이다."
 
- 병원 인근의 매장 매출이 가장 높을 것 같다.
"아직까지 죽은 환자식이라는 인식이 강해 병원 인근의 매장이 평균적으로 봤을 때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식의 변화는 분명히 생기고 있다. 직장인들의 해장으로 '얼큰김치죽'이나 '매운불낙죽' 등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일반인들도 다양한 상황에 맞춰 음식으로 죽을 먹는 시장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 실제로 지난해 수능시험 시즌에 불낙죽 판매량이 기존 평일 평균 대비 6배가량 높았다. 또 각종 기념일이 많은 5월에는 전복죽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 앞으로 계획은.
"남녀노소, 다양한 상황에 맞춘 기능성 맞춤 죽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본다. 아기들을 위한 죽, 수험생들을 위한 죽, 직장인들을 위한 죽 등 메뉴를 다각화해 선보일 계획이다. 더 나아가 단순히 환자식이라고 해도 위가 안 좋은 환자라든지, 뼈가 안 좋은 환자라든지, 보다 더 전문적으로 영양 성분을 분석한 기능성 죽 메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또 추후 항공사에 기내식으로 납품하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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