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리 몸에 죽여주는 '죽'...이렇게 많아?

 <우리 몸엔-죽이 좋다>
세상에서 가장 간단하게 끓일 수 있는 흰죽(쌀죽)에는 아픈 자식이 어서 낫길 바라며 끓였을 어머니의 정성과 애틋한 마음이 스며있다.

어린 시절 잔병치레를 많이 있다. 자주 탈이 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흰죽(쌀죽)을 끓여주시곤 했다. 흰죽을 한두 끼 먹고 기운을 조금 차렸다 싶으면 검은 깨를 갈아 쑨 흑임자죽과 콩을 갈아 끓인 콩죽을 끓여주시곤 했는데, 엄마의 이런 죽만으로도 어지간한 탈은 이겨냈던지라 지금도 몸과 마음이 고단할 때 어머니의 죽들이 절실하게 그립다. 그와 함께 그리운 것은 별미를 먹고 싶을 때 끓여주시던 호박죽과 팥죽.

둘째도 잔병치레가 잦다. 야외 활동이 과했다 싶으면 탈이 나고 시험 기간에 걸핏하면 배앓이를 호소하곤 한다. 이런 딸을 위해 그동안 내가 끓여준 죽들은 흰죽과 전복죽과 잣죽, 브로콜리죽과 굴죽, 그리고 땅콩죽 정도다.

그런데 정식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아이가 아플 때 다급한 마음에 짐작만으로 끓여 먹이곤 했던지라 언제부턴가 죽을 끓일 때마다 궁금해지곤 한다.

① 다른 사람들은 이런 죽들을 어떻게 쑤는지 ②재료마다 영양소가 다르니 주의해야 할 것도 있을 것이고 ③ 지금 끓이고 있는 이 죽이 아픈 아이에게 정말 도움이 될까? ④ 도움이 될 다른 죽은 없을까?

이런 내게 요리연구가 한복선씨가 최근에 낸 <우리 몸엔 죽이 좋다>(리스컴 출판사 펴냄)는 무척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 책을 보자마자 우선 놀란 것은 '죽이 이렇게 많아?'다.

내가 알고 있는 죽은 아픈  딸을 위해 끓이게 된 이런 죽들과,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무렵에 가끔 끓여준 적이 있는 타락죽, 그리고 호박죽과 팥죽, 닭죽 등 10~15가지 정도에 불과한데, 이 책 <우리 몸엔 죽이 좋다>에는 무려 99가지나 되는, 저마다 다른 죽들이 소개되고 있으니 놀랄 밖에!

큰사진보기 양질의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해 어느 연령층에게나 좋은 고소한 콩죽.
▲  양질의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해 어느 연령층에게나 좋은 고소한 콩죽.
ⓒ 리스컴 출판사
콩죽 : 삶은 콩을 쌀과 함께 곱게 갈아 고소하고 부드러워요.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해 오장을 튼튼하게 하고 칼로리도 낮아 부담이 없어요.

재료 : 불린 쌀 1컵, 불린 콩 1컵, 물 15컵, 소금 조금

끓이기 : ①콩물 만들기-불린 콩은 비벼서 껍질을 벗기고 쌀 1/2컵, 물 5컵과 함께 블렌더에 곱게 간다. 간 콩물은 체에 한번 내린다. ②죽 끓이기-두꺼운 냄비에 불린 쌀을 안치고 나머지 물을 부어 센 불에서 끓인다. ③콩물 넣어 끓이기-쌀이 익으면 불을 줄이고 ①의 콩물을 넣어 나무주걱으로 저어가며 계속 끓인다. ④간하기-콩죽이 되직해지면 소금으로 간하고 그릇에 담는다.

약식동원 : 오장을 튼튼하게 해요-콩은 심장병, 동맥경화, 고혈압 걱정이 없는 양질의 지방과 단백질로 가득한 건강식품이에요. 오장을 튼튼하게 하고 몸속의 수분대사를 도와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해요. 대표적인 항암·항산화 물질로 알려진 이소폴라본이 가득해 기억력증진, 노화방지에도 효과적입니다.
- <우리 몸엔-죽이 좋다> '콩죽'편

아무거나 잘 먹고 소화 잘 시키는 첫째와 달리 둘째는 어린 시절부터 콩이라면 질색을 한다. 나 역시 대부분의 엄마들처럼 아이에게 몸에 좋은 콩 한 알이라도 더 먹여 보겠다고 잔소리도 꽤나 하고 그랬다. '콩을 유독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억지로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소화를 못시키는 등과 같은 본능적인 어떤 이유로 아이 몸이 거부하기 때문이다'와 같은 글을 읽으며 아이의 몸이 콩을 원하지 않는 것이라 일단 한걸음 물러나기도 했지만.

그런데 우리 몸에 워낙 좋은 콩이다 보니 아이에게 어떻게든 콩 좀 많이 먹여보겠다는 바람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또한 다이어트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콩이 들어간 요리는 무조건 해보고 싶다'이다. 이런지라 두부로 만드는 요리 등 콩이 재료인 음식은 무조건 눈여겨보곤 한다.

책을 통해 만나는 콩죽 끓이기는 무척 쉬워 보인다. 이제까지 왜 한 번도 해볼 생각조차 않고 망설였나 후회할 정도다. 사실 콩죽은 별도로 배우지 않아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언제든 끓여 보자 했다. 하지만 덜 익은 콩을 먹고 비린 맛에 비위가 상해 한동안 콩이 들어간 것을 먹지 못했던 기억 때문에 해볼 생각을 섣불리 해보지 못했다. 이러니 책에서 만나는 콩죽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전문가가 알려주는 방법이니 믿음도 간다.

 죽 상차림
▲  죽 상차림
ⓒ 리스컴 출판사

 죽과 어울리는 국 레시피
▲  죽과 어울리는 국 레시피
ⓒ 리스컴 출판사

<죽이 좋다>에는 맛있고 몸에 좋은 건강 죽이 다양하게 담겨 있습니다. '약과 음식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뜻의 약식동원(藥食同原)이란 말처럼 식재와 약재가 어우러진 음식이 죽입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 죽은 물론, 약재를 넣어 병을 낫게 하고 건강을 되찾아 주는 약죽, 현대인에게 필요한 영양을 보충해 만든 영양죽 등을 넣었습니다.

동양의 영양학으로 보면 식재와 약재들은 제각각 성질과 효능이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재료를 골라 먹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이든 좋다고 하면 무조건 가리지 않고 먹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살펴서 거기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죽이 좋다>에 소개한 약재와 식재의 효능 설명이 자신에게 맞는 재료를 찾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저자의 말에서

<우리 몸엔-죽이 좋다>를 넘기며 두 번째로 놀란 것은 이제까지 죽을 끓일 수 있는 재료로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귤이나 감, 자두나 바나나, 국화꽃, 토마토, 블루베리, 매실, 상추, 둥굴레, 오미자, 요구르트, 식혜, 청국장 등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으로든 죽을 끓일 수 있고 이런 죽들로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들을 보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귤현미죽은 소화가 안 되고 기운이 없을 때 ▲매실죽은 피로를 풀어주는 데와 식중독 예방에 ▲바나나죽은 설사를 낫게 하고 뭉친 곳을 풀어 주는 등 위장개선에 좋고 ▲요구르트미음은 유산균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산수유새우죽은 원기를 보충하고 간을 튼튼하게 하며 ▲마와 토마토를 갈아 끓인 마토마토죽은 혈관을 튼튼하고 머리를 맑게 해 기억력 증진에 도움 되니 학생이나 수험생, 어른들 모두에게 좋고 ▲종합비타민제로 불릴 만큼 비타민이 풍부한 홍시로 끓인 홍시죽은 면역력을 높이며 피로해소에도 좋다.

▲머리를 맑게 한다는 국화차로 끓인 국화죽은 눈을 밝게 하고 신경안정에 좋으며 면역력 해독력도 좋아 피를 맑게 하고 기관지질환을 예방하며 ▲새콤달콤한 블루베리죽은 비타민이 풍부해 피로해소에 좋다. 외에도 ▲상추죽은 스트레스 해소에 ▲오미자응이(죽)는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데 ▲청국장죽은 간과 장의 해독에 ▲식혜죽은 장을 튼튼하게 하는데 효과적인 죽이다.

 위):이유식으로도 좋을 바나나죽과 요구르트미음 아래):찰수수경단죽과 팥죽
▲  위):이유식으로도 좋을 바나나죽과 요구르트미음 아래):찰수수경단죽과 팥죽
ⓒ 리스컴

이 외에도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죽들을 '건강죽 24, 보양죽 25, 총명죽 25, 미용죽 25'로 분류하여 소개,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레시피와 건강효과(약식동원) 등을 소개한다. 어떤 요리든 만드는 법이 번거롭거나 까다로우면 쉽게, 그리고 자주 해먹을 수 없을 것, 대부분의 죽들은 콩죽처럼 쉽고 간편한지라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음식이 되는 식재와 약이 되는 식재, 죽 쑤기 기본 익히기와 죽의 가장 기본인 흰죽 끓이기, 죽 맛내는 기본 국물 끓이는 법, 죽상차림 요령, 죽과 함께 먹기 좋은 국과 김치, 장아찌나 밑반찬 만드는 법 등을 자세히 소개함으로써 죽과 관련된 상차림은 물론 일상 음식들을 하는데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 책은 <우리 집에 꼭 필요한 생활요리 대백과-한복선의 우리 음식> <한복선의 엄마의 밥상>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우리 음식-나물이 좋다> <한 그릇의 영양, 세계인의 웰빙 푸드-비빔밥 덮밥 75가지> 등과 같은 요리책과 <내 손으로 뚝딱! 셀프 인테리어> <깜짝 변신! 10분 만에 만드는 스피드 리폼> <임신 출산 매뉴얼> <튼튼 쑥쑥 아기 마사지> 등처럼 실생활에서 활용도가 높은 책들을 주로 내는 리스컴에서 냈다.
덧붙이는 글 | <우리 몸엔-죽이 좋다>ㅣ저자:한복선ㅣ리스컴 출판사 ㅣ2012-2-6ㅣ값:12000원

오마이뉴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음식 10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무엇일까. 한국 하면 김치를 생각하던 이전과 달리 한류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한식이 알려지면서 외국인들이 찾는 한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트렌드에 따라 파막(파전+막걸리), 치맥(치킨+맥주), 삼쏘(삼겹살+소주) 등 한국에서 꿀 조합이라 불리는 메뉴들도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요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 못지않은 한국 입맛을 보여주는 외국인들도 많다. 과연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  1. 불고기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식을 보면 '불고기'는 항상 들어있다. 불고기는 코리안 바비큐라 불리며 외국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일반 바비큐와 다르게 뼈를 발라내지 않아도 되고, 매운맛이 강한 김치와 달리 고기에 달달한 간장양념을 더해 남녀노소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다. 외국에 한식당을 차려 운영하는 과정을 담은 tvN <윤식당>에서도 주메뉴로 불고기를 선택했다. 이 방송을 통해 많은 외국인이 자연스레 불고기를 주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 삼겹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와서 가장 먹고 싶어 하는 음식 중 하나가 '삼겹살'이라고 한다. 고소하니 쫄깃한 삼겹살과 딜리셔스 소스라 불리는 쌈장까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에는 삼겹살이 낯선 외국인들을 위해 삼겹살을 쌈 싸 먹는 튜토리얼이 수두룩하다. 특히 할리우드 배우들도 한국에 방문하면 꼭 먹고 싶은 음식으로 자주 언급하는데, 영화 '어벤져스'의 주역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영화 홍보차 한국에 방문했을 때 삼겹살과 소주를 즐긴 인증사진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3. 잡채 젓가락질을 힘들어하는 외국인들이 파스타처럼 즐길 수 있는 한식 '잡채'. 맵지도 않고, 간장양념을 베이스로 단맛이 돌아 코리안 누들로 인기를 얻고 있다. 쫄깃한 당면에 각종 채소와 고기를 넣어 맛뿐만 아니라 비주얼까지 훌륭한 음식이다.  4. 파전 '코리

새로워진 한식의 부상

  한국의 탑셰프들, 전통과 역사가 풍부한 최상의 요리로 국내외 ‘한식 물결’ 일으키다 한식은 세계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는 음식 문화 중 하나이다. 풍부한 색감과 식감, 셀 수 없이 많은 반찬 가지 수, 매운 찌개, 강렬한 발효 맛을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이렇게 특별한 한식은 종종 더 잘 알려진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에 밀려 국내에서 소비되는 일상적인 음식으로 과소평가되곤 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창의적인 신세대 셰프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친숙한 한국의 맛에 글로벌한 기술을 접목시킴으로써, 서울의 한식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이들 셰프는 사람들이 식사를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면서, 지역 농산물에도 주목하고 있다. 새로워진 한식은 국내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 요리의 정수를 선보이다 한식 요리로 최고의 권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은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가온’이다.  ‘가온’이라는 캔버스에 장식, 음악, 맛을 통해 한반도의 문화와 역사를 그려내고 있다. 그는 조선왕조 시대의 요리를 가온의 정제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두꺼운 한국 역사책을 깊이 연구했다. 흔히 전통적인 한정식이라고 하면, 긴 테이블에 펼쳐진 음식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김 셰프는 고급 멀티코스 요리의 세심한 흐름과 스토리텔링의 힘을 믿고 있다. 김 셰프는 “들려줄 이야기가 있고, 요리사의 마음이 손님에게 전해지는 방식으로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바로 그것이 나에게는 파인 다이닝”이라고 말한다. 식사의 구성이 바뀌었을 지 모르지만, 그의 요리의 핵심은 한식의 본질, 즉 자연의 소박함이다. 김 셰프는 “여백의 미는 사람들이 전통 한식에 대해 얘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라며 “여기서 ‘여백의 미’는 소박함을 의미한다. 한식의 아름다움은 하나의 접시 위에 너무 많은 요소를 담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한식의 재창조 김 셰프를 중심으로 서울의 미식계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가온’이 또 다른

외국인을 위한 본죽&비빔밥 메뉴 안내 서비스.Bonjuk and Bibimbap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