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의 사람이 북녘의 지인에게 봄소식을 전한다. “강남에는 별것 없으니, 그저 봄 가지 하나를 보낸다(江南無所有, 聊贈一枝春)”고 말이다. 남북조시대 따뜻한 남쪽에 살던 육개(陸凱)가 북쪽에 있던 친구 범엽(范曄)에게 보냈던 시다. 우리에게는 ‘일지춘(一枝春)’이라는 시어로 유명하다. ‘봄을 담은 나뭇가지’의 뜻이지만, 실제로는 남녘에 먼저 핀 매화(梅花)를 보냈던 모양이다. 꽃은 그렇듯 봄의 전령(傳令)이다. 그 꽃을 가리키는 대표적 한자는 화(花)다. 영화(榮華)라는 단어의 각 글자도 꽃이다. 식물 형태가 목본(木本)이냐 초본(草本)이냐에 따라 ‘영’과 ‘화’를 구별할 때도 있지만 분명치는 않다. 두 글자는 어쨌든 식물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 정수(精髓)라는 우러름을 받는다. 그 맥락에서 영(英) 또한 꽃의 지칭이다. 가장 빼어난 사내를 영웅(英雄), 그런 능력의 사람을 영재(英才)로 적는 이유다. 꽃이 피었다 시드는 과정을 영고(榮枯)라 적어 성쇠(盛衰)와 흥망(興亡), 흥폐(興廢) 등의 뜻으로 새긴다. 우리는 잘 쓰지 않지만 파(葩)라는 글자도 꽃을 가리킨다. 상파(霜葩)라고 적었을 때다. 서리 내리는 시절에 피는 꽃, 즉 국화(菊花)를 가리키는 단어로 자리를 잡았다. 꽃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꽃을 일컫는 말이 기파(奇葩)다. 중국에서는 이 단어를 자주 쓴다. 본래는 훌륭한 결과 등을 지칭했지만, 요즘에는 아주 별난 행동이나 엉뚱한 생각 등을 가리키기도 한다. 괴상한 건축물, 심상찮은 음식, 아주 유별난 행동 등이 잇따르며 중국사회의 ‘기파’는 아주 번성한다. 그러나 봄꽃은 죄가 없다. 다 사람이 문제다. “해마다 피는 꽃은 비슷한데, 사람이 달라질 뿐(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이라는 시구가 떠오른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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