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온돌 바닥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잠시 기다리자 창호문이 양옆으로 열리더니 교자상이 들어왔다. 불향 그윽한 떡갈비와 매콤한 낙지볶음, 짭조름한 보리굴비, 톡 쏘는 맛이 일품인 갓김치, 구수한 배추된장국, 남도(南道) 밥상에 빠질 수 없는 각종 젓갈 등 그야말로 상다리가 휘도록 들어찬 상이었다. 교자상을 맞든 전남 해남 ‘천일식당’ 오현화(64) 대표와 서울 ‘해남천일관’ 이화영(57) 대표는 “서울사람 입에 맞을지 모르겠다”며 배시시 웃었다. 전남 해남 ‘천일식당’ 오현화(왼쪽) 대표와 서울 ‘해남천일관’ 이화영 대표가 떡갈비, 낙지볶음, 갓김치, 각종 젓갈이 빼곡하게 차려진 교자상을 방으로 들여왔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전남 해남 ‘천일식당’ 오현화(왼쪽) 대표와 서울 ‘해남천일관’ 이화영 대표가 떡갈비, 낙지볶음, 갓김치, 각종 젓갈이 빼곡하게 차려진 교자상을 방으로 들여왔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해남 천일식당은 “조선 백반의 진수를 보여주는 3대 한정식집 중 하나로 맛이 화려하고 푸짐하며 환상적”(유홍준 ‘나의문화유산답사기’ 1권)이라 평가받는다. 천일식당이 올해로 100년을 맞았다. 오래된 식당을 흔히 ‘백년식당’이라고 하지만, 실제 100년 역사를 가진 식당은 국내에서 찾기 힘들다. 2012년 농림수산식품부와 한식재단(현 한식진흥원)이 선정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에 오른 음식점 중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곳은 7곳에 불과하다(2023년 기준). 그중에서 설렁탕, 곰탕, 비빔밥 등 음식 하나만이 아닌 한식 전반을 총체적으로 맛볼 수 있는 한정식을 내는 집은 천일식당이 유일하다.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이 아니듯, 오래된 식당이라고 맛집은 아니다. 하지만 100년 세월을 버텨냈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내공을 지닌 식당이 분명하다. 그 내공의 근원이 궁금해 전남 해남으로 갔다. 창업자인 고(故) 박성순 여사가 1924년 해남장터에서 시작한 식당을 3대째 이어가고 있는 오현화·이화영 두 여성은 “특별한 비법은 없